이야기 발생 시점
Les images qui nous parlent

ARTIST
박노완 Park Noh-wan
안지산 Jisan Ahn
임동승 Dongseung Lim
TITLE
이야기 발생 시점
Les images qui nous parlent
DATE
2023. 11. 17 (Fri) - 12. 16 (Sat)
OPENING RECEPTION
2023. 11. 17(Fri) 17:00 - 20:00
Credit
[주최] 아트스페이스3
[기획] 김지혜
[그래픽 디자인] 장윤아
[사진] 전병철
《이야기 발생 시점 Les images qui nous parlent》은 서로 다른 지점에서 이미지를 발생시키는 회화 작가 박노완, 안지산, 임동승이 참여하는 3인전으로, 이미지 시작 지점의 차이가 만들어 내는 서로 다른 표현과 우리가 이들의 이미지를 만날 때, 이들의 이미지가 서로를 만날 때, 촉발되는 새로운 사유를 쫓고자 한다.

이 전시 제목에서 사용된 ‘이야기’는 서사(narrative)로써의 이야기이기보다는 ‘대상과 나’ 사이의 이야기(dialogue)를 뜻한다. 작가에 의해 제시, 변주되는 조형적 요소들을 마주할 때, 우리의 사고는 자동발생적으로 여러 정보를 조합하여 이해를 시도하는데, 이 순간이 작품과의 내밀한 대화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이미지들(Les images qui nous parlent)과의 마주함을 통해 이야기가 발생한다. 이때 이야기의 확장과 소멸은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에게 달려있다. 이 전시에서 선보이는 밀도 높고 너른 상상을 자극하는 작품들을 통해 다양하고 개별적인 이야기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박노완은 자신이 마주친 대상을 사진으로 수집하는 것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실재하는 대상에서 시작되지만, 그 작업이 최종적으로 전달하는 정서는 실제와는 꽤나 다르다. 수채 물감과 아라비아 고무라는 미디엄을 사용하여, 캔버스 위에 채색하고 그것을 녹이고 닦아내기를 반복하는 방식은 독특한 색감과 질감을 형성한다. 또 작가는 단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지만, 그가 수집한 사진에서는 어떤 공통된 정서가 나타나는데, <포토존>(2023)의 뒷모습, <안경을 쓴 석고상>(2023), <인삼주>(2023) 등, 우리가 일상에서 미처 주목하지 않았던 이 장면들은 어딘가 엉성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이러한 특징은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던 모호한 감정, 언어로 표현할 수 없어 명확히 인지할 수 없던 감각에 말을 건넨다.

안지산은 상상을 기반으로 상황 설정을 하고, 드로잉과 콜라주, 미니어처를 제작하여 자신이 상상한 분위기와 형상을 담아 구체적인 이미지로 구성하는 치밀한 연출 과정을 거치며, 작품이 전달하는 긴장감과 감정선을 능숙하게 조절한다. 그동안 구름, 폭풍, 야산, 사냥으로 이어지는 어떤 흐름을 이루는 일련의 작품들을 선보여 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숲에서 내려와 ‘도시’라는 새로운 소재를 등장시킨다. <도시 나무>(2023) 연작에서 보이는 폭풍의 여운이 감도는 대기 속, 도시와 자연물의 명확한 경계 위로 뻗은 앙상한 나뭇가지는 위태로움과 동시에 꺾이지 않는 생명력을 연상시킨다. (2023)에 등장하는 인물은 그 경계선 안으로 들어가 나무에 기대어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데, 폭풍 같은 콘서트가 끝난 후, 남겨진 악기와 음향 장비들이 담긴 <마지막 콘서트>(2023)와 함께 아직 식지 않은 열정,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암시하는 것만 같다.

임동승은 의식과 세계의 다양한 층위에서 발견되는 이미지들을 재구성하여, 일정한 크기와 균일한 간격으로 이루어진 점들을 이용해 작품을 완성한다. 작품을 이루는 점들의 크기는 이미지의 기원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화하는데, 이러한 작용을 통해 추상의 경계를 오가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200호 크기의 대형 작품 <기우제>는 촘촘하고 세밀한 점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낮은 해상도의 디지털 이미지와 같은 수준이다. 수많은 점을 하나씩 찍어내는 수행적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비현실적인 형태의 조합은 약간의 당혹감과 함께 의아함, 동시에 명랑함을 선사한다. 질서의 파괴로 새로운 세상을 체험하며,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진실인지에 대한 숙고가 불필요해지는 영역으로 우리를 이끄는 그의 작품은 우리의 대화마저 자유롭게 한다.

글: 김지혜(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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