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SPACE 3 갤러리 초대전
《工藝理氣 공예이기》
: 물질의 이치를 사유하고, 공예의 기운을 조형하다
《공예이기》전의 기획 의도는 공예의 ‘자유함’에 있다. 현존하는 최초의 도구 ‘돌도끼(마제석기)’에서 지금의 미술공예에 이르기까지, 공예의 본질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고서는 정체성 고립과 혼선이 지속될 것 같은 우려 때문이다. 《공예이기》는 먼저 작가의 몸과 같은 물질에 대한 기운과 정신의 이치를 가다듬는 기본에 충실하려 했고, 그 출발점은 한국의 정신 철학 ‘이기론(理氣論)’이다.
성리학의 이기론은 사물의 존재를 이(理)와 기(氣)로 규명했다. 이(理)는 소리, 냄새, 겉과 속, 부피가 없고, 헤아림과 조작이 불가능한 무형(無形), 무위(無爲)로써 직접 감각할 수 없는 성질을 말한다. 기(氣)는 사물의 존재와 생성을 위한 질료와 형질로 직접 감각, 경험할 수 있는 사물의 구체적 현상을 뜻한다. 모든 사물의 현상은 이와 기의 조화에 의해 가시화된 것이다. 하지만 이치의 도리에 치중한 아트와 기의 효용만 고집하는 기물이 서로 대척을 이루고, 생소한 관계가 되면서 사물의 모습은 불안과 불균형이 깊어지고 있다.
《공예이기》는 이와 기의 관계가 불완전한 공예 현상을 극복하고 일체성을 도모한다는 작은 시도이다. 현대 미술과 디자인의 완고한 경계에서 스스로 자기 정체성에 의문을 가진 지금의 공예로는 탈공예 시대를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 동지적 의식으로 참여한 공예가 11인의 작업에는 자연의 물질성을 탐구하고 그 기운을 수용해 공예의 현대성을 모색하려는 젊은 작가의 노력이 각별하게 배어있다. 공예의 위치 값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이 전시 하나로 공예의 원리를 재설정 한다는 것이 혹자에게는 무모하고 비생산적으로 비칠 수도 있겠으나, 결국 어느 한 지점에서 자기 역할을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공예는 역사성, 지역성, 문화성, 현대성을 아우르는 고유 장르이다. 때로는 소소한 일상에 기를 불어넣어 주고, 때로는 마음수련 대상으로 예술의 추상성을 전할 것이다. 공예의 포용적 가치와 내밀한 역사성은 그 어느 장르도 모방할 수 없는 독자적 영역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예술 너머에 도가 있고 그 자리에 공예가 자리하고 있다.
갤러리 ‘아트스페이스3’의 초대로 열리는 《공예이기》전은 공간의 기와 공예 기가 혼연일체가 되어 사물의 이치가 선명히 전달되도록 노력한 전시이다. 무덤덤하게 서 있는 사물의 그림자에서 자유를 구가하는 젊은 공예가들의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준다면, 이번 전시의 소임은 다한 것으로 단정해 본다.
글 육상수(공예 칼럼니스트)
The Way of Craft
: Questioning Matter in search of the Craft Spirit
《The Way of Craft》 exhibition intents to ‘free’ craft. From the ‘stone axe (majaeseoki)’, the first tool in existence today, to art craft as we know it in the contemporary sense, it is important to investigate the fundaments of craft in the fear that it will continue to be isolated and entangled in its identity. 《The Way of Craft》 attempts to remain true to primarily the energy and soul of matter that is comparable to the artist’s body. The starting point to this notion is the ‘YIGIRON (theories on disciplining and understanding energy), which is the neo-confucianism philosophy on Korean thinking.
In neo-confucianism the existence of an object was defined through ‘yi’ discipline and ‘gi’ energy. Here ‘yi’ refers to the intangible something that cannot be manipulated nor reckoned such as sound, smell, outer and inner – something that has no volume. ‘Gi’ refers to concrete phenomenon that can be experienced such as the existence of object, substance and character – something that can be created and directly sensed. The phenomena of all objects is the result of the harmony between ‘yi’ and ‘gi’, that has been visualized. However the two are antipodal resulting in an alien circumstance that deepens anxiety and division.
The exhibition hopes to liberate this reality that craft faces today in order to find a uniform denominator. Between contemporary art and design, craft needs to secure its own identity in order to prevent the deconstruction of craft in its entirety. 11 artists participating in the exhibition explores material and energy to seek for the contemporary sense in craft. The efforts of these young artists are prominent in the works. In a time when the identity of craft is at state this is an endeavor to focus on confronting the current status as it is not possible to set a resolution through just one exhibition. Yet the exhibition hopes for those in the field to perhaps take their own responsibility from where they stand.
Craft is a field that covers history, region, culture and also the current state of development in our society. At times it is about the everyday petty things and at others it is about cultivating the state of being in the abstract sense. The boundaries craft covers in terms of value and history is something that no other genre can remotely embrace. We should not forget this fact. Beyond art there is moral and that is the place for craft.
Art Space 3 invites this exhibition for the immersion of spirit both in their space and the way of craft. The soft voice of young artists lingers in the shadow of their artwork, and we have done our best to complete this exhibition.
Text by Sangsoo Youk (craft column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