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tual Shadow Casts on the Sky of Data Interface 정보의 하늘에 가상의 그림자가 비추다

ARTIST
김민경, 박현정, 설고은
윤두현, 주슬아
EXHIBITION MANAGER
강석호, 이은주
DATE
2020. 11. 12 (Thu)- 12. 26 (Tue)
OPENING RECE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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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는 2019년 기획전인 《이것을 보는 사람도 그것을 생각한다》와 《당신의 삶은 추상적이다》의 연장선에서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는 추상미술을 조명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물리적, 신체적 접근성 보다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산출되는 디지털 이미지에 익숙하며, 그래픽 디자인을 일상적으로 활용하면서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세대문화의 특성이 반영된 추상회화 및 오브제, 설치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 작가들은 가상적인 스크린 이미지를 회화 평면상의 조형적 이미지로 전환하거나 3차원적 사물로 구현하여 일상적인 현실 공간 속의 디자인적 구성요소로 만들기도 한다. 이 전시는 디지털 단위들이 사이버 인터페이스를 벗어나 2차원의 회화공간, 3차원의 전시공간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드러냄으로써, 관람자에게 조형성과 물질성, 가상과 현실의 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김민경 기하학적인 모듈로 이루어지는 구조물을 ‘유사가구’라는 컨셉으로 만듦으로써 예술적 오브제와 실용적 기물 사이에 대해 질문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 작품들을 구성했던 기본 모듈들을 재조합, 재배열하여 하나의 구조체로 재구성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 정보처럼 존재하는 비물질적인 유니트들이 변용되면서 3차원의 물리적인 몸을 얻고 일상 공간과 관계를 맺게 되는 과정을 드러낸다.

박현정 아이패드로 스케치한 이미지를 아크릴 물감, 과슈 등의 회화 재료들을 활용하여 종이 위에 수작업으로 옮긴다. 프로그램 상의 디지털 드로잉에서 산출되는 다양한 ‘컴포넌트’들을 분해하고 재조합하면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정렬을 통해 연속적으로 이미지를 창조한다. 모니터에 그리는 단계에서부터 종이에서 재현될 재료의 질감이나 광택을 고려하지만, 몸으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우연적 변화를 수용하기도 한다.

설고은 컴퓨터 프로그램 내 가상공간의 무한한 인터페이스가 모니터에 디스플레이되면서 납작한 벽과도 같은 평면 공간으로 나타난다는 점에 관심을 갖는다. 픽셀과도 같은 기하학적 요소들을 회화의 조형요소로 삼아, 무한한 사이버 스페이스를 물리적인 회화평면으로 전이시킨다. 붓으로 정교하게 그리는 회화는 사이버 스페이스를 물질화하고, 회화적 환영을 통해 가상공간과 현실의 실제 공간을 잇는 징검다리가 된다.

윤두현 컴퓨터 바탕화면의 자연풍경이나 스마트폰 바탕화면 이미지를 다운로드하여 포토샵으로 편집하고, OHP 필름에 프린트하여 잉크가 마르지 않은 상태로 종이에 찍어낸다. 이를 다시 사진으로 찍어 확대 출력하고 기하학적 선과 면을 이루도록 일일이 수작업으로 오려내어 벽면에 콜라주하여 일종의 인공적 풍경을 만든다. 다운로드한 디지털 이미지는 이처럼 몇 단계를 거치면서 원본의 흔적을 잃고 추상화되며, 전시 환경의 일부가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공적인 것과 자연, 가상과 현실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그 안에서 생성되는 것들에 대해 탐구한다.

주슬아 컴퓨터 그래픽의 기본 개념을 회화에 적용하여, 차원의 간극에서 발생되는 특성을 탐구한다. 예컨대 유명 3D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에 나오는 캐릭터의 움직임을 프로그램 상 좌표 위에 기록하여 초당 프레임 수에 맞추어 물감 채도를 결정하고, 이 결과에 맞추어 물감을 회화의 평면 위에 쌓아간다. 프로그램 상에서 재가공한 애니메이션 이미지를 3D 프린터로 출력하기도 하면서, 그래픽 프로그램 안의 비물질적 세계를 물리적 공간으로 변환한다. 
가상이 현실로 넘어오는 길

추상미술은 모호한 것을 모호한 것대로 내버려 둘 자유를 허락한다. 최근 추상미술의 재부각 현상은 시각언어의 제도화에 따른 언어 과잉에 대한 반동으로 볼 수 있다. 제도비판을 위해서 제도적인 언어를 활용해야만 했던 미술 언어의 딜레마는 다시 해석 불가능한 곳을 향하는 반대급부적인 동력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한편으로 이러한 변화 속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동시대의 디지털 문화에 근간한 새로운 추상의 등장이다.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서 접하는 이미지들이 텍스트보다 위력적인 정보로서 유통되는 시대 속에서, 이러한 변화는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고도 기술화된 현실 복제기능에 의해 극사실적인 디지털 이미지가 대량생산되는 시대에, 이러한 사실성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추상적 경향이 왜 집단적으로 등장한 것일까? 이 새로운 추상의 경향은 보편적 질서로서의 시각적 균형 상태를 구성(composition)을 통해서 드러내거나, 지금 여기에 있는 화가의 존재를 붓질로서 시각화하는 추상의 태도와는 궤를 달리하며, 인공적 시스템의 표상으로서의 기하학적 구조를 다루는 1980년대 이후의 추상과도 차이가 있다.

디지털 스크린을 스크롤하는 손과 이미지를 바라보는 눈은 가상의 몸을 형성하여 사이버 스페이스의 광활하고 무한한 영역을 탐험한다. 디지털 이미지들은 머리 속 이미지만큼이나 비물질적이지만, 분명하게 가시적인 형태로 사이버 스페이스 안에서 실재한다. 그 이미지들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무한이동 가능하고 무한하게 변조되며 증식할 수 있지만, 프로그램 시스템의 좌표값에 완벽하게 종속된다. 컴퓨터 스크린 안에서 끝없이 열리는 창은 깊이가 전혀 없으면서도, 사이버 스페이스 안에서는 분명한 레이어들을 갖고 있다. 최근 작가들은 디지털 이미지를 재현하기보다 이러한 디지털 이미지들의 속성과 운명 자체에 관심을 갖는다. 디지털 매체에 접속된 의식을 통해서 세계를 경험하는 세대에 있어, 디지털 이미지의 운명은 그들 자신의 삶과도 연동되기 때문이다. 현실 세계만큼이나 그들에게 실재적인 것이 된 사이버 스페이스를 일상적으로 배회하는 의식과 그 모니터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몸 사이에서 작업하면서, 작가들은 디지털 이미지에 대한 경험치에 따른 자기 위치를 시각화하기 시작했다.

이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에서 출발점이 되는 것은 대부분 포토샵, 스케치업, 시네마4D 등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서 산출되거나 아이패드로 스케치한 이미지들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 작가들은 손으로 제작하는 수행의 과정을 거쳐 작품을 완성한다. 예컨대 아이패드로 그리거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산출한 이미지는 손으로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 붓질의 흔적이 남는 회화 이미지로 전환되거나, 물질감이 있는 3차원 오브제로 출력된다(박현정, 주슬아). 무한한 사이버 스페이스를 유영하는 정보 단위들을 상정하는 기하학적 유니트들을 그려감으로써 인터페이스의 유비가 될 수 있는 추상적 회화 공간이 구현되기도 한다(설고은). 여러 단계의 변조과정을 거쳐 추상화된 디지털 이미지를 구성요소로 삼아 전시환경의 일부가 되는 벽화 스케일의 작품으로 제작하여 흡사 우주공간처럼 보이는 새로운 자연을 만들어내기도 하며(윤두현), 모듈들의 재조합을 통해 고안된 형태를 디자인 가구처럼 일상 공간을 차지하는 조형물로 제시하기도 한다(김민경).

이 전시 작가들에게 있어서 컴퓨터나 스마트폰, 아이패드와 같은 디지털 장비는 그들이 세계를 경험하는 하나의 창이 되며, 그들의 손은 디지털 이미지와 현실 공간 사이를 오가는 매개가 된다. 그들의 손을 매개로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2차원의 회화 평면으로, 다시 스크린 속으로, 다시 3차원의 공간으로 이동하는 이미지의 끊임없는 전이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방식으로 그들은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있는 자신들의 지표를 세운다. 현실 위에 평행우주와도 같이 떠 있는 가상적인 이미지의 세계를 자신들의 몸이 존재하는 현실 세계와 끊임없이 연동시키면서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필자의 노트북을 켜면 첫 화면에 몬드리안의 뉴욕 작업실 장면이 펼쳐진다. 삼원색의 크고 작은 카드보드지가 흰 벽 위에서 만들어내는 자유로우면서도 질서 잡힌 균형의 리듬이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몬드리안이 구현한 ‘등가적인 균형’은 수학적 비례처럼 객관적인 질서가 되어 모니터를 넘어 전해진다. 나는 이처럼 현실의 재현물로서의 디지털 이미지를 경험하는 것에 더 익숙한 사람이다. 하지만 디지털 미디어의 일상화에 따라 내 의식이 물리적인 위치를 상실할 만큼의 시간을 사이버 스페이스 안에서 보내게 되는 때가 온다면, 어쩌면 나 역시 광대한 인터페이스 안에서 몬드리안의 질서를 건져내게 될지도 모른다.

이은주 (독립기획자, 미술사가)


The Path Virtual World Crosses over to Reality

Abstract art allows the freedom to leave the ambiguous as the ambiguous. The recent reemerging phenomenon of abstract art can be seen as a reaction to language excess due to institutionalization of visual language. Institutional language had to be used to institutional critique, and such a dilemma of art language required a counteractive force toward an uninterpretable place again. Meanwhile, what draws attention amid this change is the advent of a new abstract art based on contemporary digital culture. This change is very natural in an era where images encountered through digital media are circulated as mightier information than text. However, in an era in which hyper-realistic digital images are mass-produced by highly technicalized reality reproduction capabilities, why did an abstraction tendency distancing itself from being realistic come into the art scene collectively? This new trend of abstraction is separate from the those attitudes that reveal the state of visual equilibrium as a universal order through composition, or visualize the existence of a painter being here and now through brushstrokes. There is also a difference from abstraction after the 1980s dealing with geometric structures as representation of an artificial system.

The hand scrolling the digital screen and the eyes looking at the images constitute a virtual body, exploring the vast and infinite realm of cyberspace. Digital images are as immaterial as the images in the head, but they exist in the physical state in cyberspace in a clearly visible form. While the images are infinitely movable from place to place and limitlessly modulated and multiplied, they are completely subordinated to the coordinates of the program system. The windows that open endlessly within a computer screen have no depth at all, and yet they have distinct layers in cyberspace. Rather than reproducing digital images, recent artists are more likely to be interested in the properties and destiny of these digital images. For a generation that experience the world through consciousness connected to digital media, the fate of digital images is linked to their own lives. Working between the consciousness routinely roaming around cyberspace, which has become as real to them as the real world, and the body that is impossible to go into the monitor, the artists began to visualize their status according to their experience points on digital images.

The starting points for the works of the artists participating in this exhibition are mostly images produced through computer programs such as Photoshop, SketchUp, and Cinema 4D, or sketched on the iPad. However, not ending here, these artists complete their works through the process of performing the task by hand. For example, images drawn on the iPad or produced by a computer program are converted into painting images that leave traces of brushstrokes through a process performed by hand, or such images are output in the state of a three-dimensional object with a sense of substance (Park Hyunjung Park, Joo Sla). By drawing geometric units assumed as information units flowing in the infinite cyberspace, the artist embodies an abstract painting space that is possibly an analogy of an interface (Seol Gwen). Taking digital images abstracted through several stages of modulation as an element to produce a mural-scale work, a part of the exhibition environment, the artist create a new nature that looks like an astro space (Yoon Doohyun). A form conceived through recombination of modules is completed as a sculpture occupying everyday space like design furniture. (Kim Minkyung).

For these exhibition artists, digital equipment such as computers, smartphones, or iPads become a window through which they experience the world, and their hands become a medium between digital images and the real world. The medium of their hands enables constant transition of images from cyberspace to a two-dimensional plane, back into the screen, and then a three-dimensional space again. In this way, the artists establish their own indicators between virtual and real worlds. Coupling the world of virtual images like a parallel universe floating above the reality with the actual world where their bodies stay, they are creating a new path.

Turning on my laptop, I see a scene from Mondrian's New York studio unfolding on the first screen. The free and orderly balanced rhythm created by large and small cardboards of three primary colors on the white wall is always beautiful. The “equivalent equilibrium” embodied by Mondrian becomes an objective order like mathematical proportion and is transmitted beyond the monitor. I am the one who is still more accustomed to experiencing digital images as representation of reality. However, as digital media normalizes everyday life, if the time comes when my consciousness spends enough time in cyberspace to lose my physical status, the day may come when I too will catch the drift of Mondrian's order within the vast interfaces.

Lee Eunju (Independent curator, Art historian)

겹겹겹,

A는 사물을 본다.
A는 그림자를 본다.
A는 사물에 비쳐진 그림자를 본다.
A는 그림자를 본다.
A는 사물을 본다.
A는 그림자가 투영된 사물을 본다.

그림자는 A를 잘 알지 못한다.
그림자는 사물을 잘 알지 못한다.
그림자는 A와 사물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림자는 사물을 잘 알지 못한다.
그림자는 A를 잘 알지 못한다.
그림자는 사물과 A를 의심한다.

사물은 그림자이다.
사물은 A이다.
사물은 그림자이며 A이다.
사물은 A가 아니다.
사물은 그림자가 아니다.
사물은 A가 아니며 그림자가 아니다.

강석호 (작가)

LayerLayerLayer,

A sees thing.
A sees shadow.
A sees shadow reflected on thing.
A sees shadow.
A sees thing.
A sees shadow reflected thing.

Shadow does not know A well.
Shadow does not know thing well.
Shadow thinks A and thing are different.
Shadow does not know thing well.
Shadow does not know A well.
Shadow doubts thing and A.

Thing is shadow.
Thing is A.
Thing is shadow and A.
Thing is not A.
Thing is not shadow.
Thing is not A, not shadow.

Kang Seok Ho (Artist)

Installation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