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3은 오는 10월 6일부터 11월 4일까지 ‘물질의 기운, 가구의 정신’을 단서로 삼은 4인의 작가가 현대 가구의 위치를 제고한 <신식가구 新識家具>전을 개최한다.
‘물질을 들여다보고 살핌’, ‘전통가구의 재구성’, ‘조형의 구조적 감각’, ‘사물의 고전’을 주제로 물성을 조형하고 의미를 탐구해온 4인의 작가- 나점수 (조각가), 방석호 (소목장), 송기두 (가구디자이너), 정명택 (아트퍼니처 작가) -는 ‘신식가구’ 전이 제시한 명제 ‘업(業)’과 ‘체(體)’를 염두에 두고, 가구의 미학적 담론에서 실체적 현실까지를 톺아보면서 저마다의 차별적 해석으로 신작을 내놓았다.
작가들은 가구에 대한 이해의 격조를 달리해 물질과 형태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이끌어내어 사물의 도리(道理)를 전하고자 했다. 물질의 정신적 위치를 가늠했고, 조선가구를 기립시키기 위한 호흡을 불어넣었으며, 구조의 미학이 감각으로 이어지고, 역사의 정서가 사물의 늑골 사이를 직진하도록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가구 형식의 새로움보다 그 새로움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중심을 뒀다. 가구의 표지에 스며든 상징과 은유는 안목의 정도에 따라 깊이와 폭의 범위가 달라진다. 따라서 신식가구에서 ‘識(식)’은 가구의 기능과 효율을 전제하면서 물질 자체로서의 이해와 형태의 상태를 지켜보는, 다시 말해 ‘알아 챔’의 영역을 의미한다.
이제 4인의 작가들이 제시한 가구가 어떤 반응과 결과로 이어질지는 오로지 관람객의 몫이다. 경우에 따라 낯선 형태와 생소한 메시지에 다소 당황할 수도 있고, 작품의 세계관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결과가 무엇이든 전시는 자기 혁신을 통해 더 나은 가치를 도모하려는 작가들의 수고만큼은 간과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보이는 것에 감춰진 물질의 내밀한 언어와 보이지 않는 것에 스며든 사물의 이치를 구현한 《신식가구》의 지속적 운동성이 우리 앞에 와 있다.
글 육상수 (공예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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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物>_ 나점수/물질의 이면을 조각하다
나점수는 조각 행위를 통해 철학의 퇴적층을 관통하고 생의 근거를 사유해 물질이 발현된 지점을 살피고, 다가감의 정서로 시적 공간을 드러나게 했다. 그의 작업은 표면의 깊이와 사유를 통해 화두로 규정할 수 없는 총체적 세계를 대면하고 이를 ‘조형 시’로 대체한다. 《신식가구》에서는 물(物)이 체(體)가 되어 격(格)을 갖춘 물질의 정신적 위치를 알아차리게 하는 조각적 가구를 선보인다.
<必要>_ 방석호/조선반닫이의 현재적 운율
조선가구는 이치를 내재한 기물이면서, 기능을 넘어 격조의 대상이다. 방석호는 조선가구의 정서와 감성을 현대화를 꾀하는 목수다. 그는 조선가구의 특징인 사면의 수직, 수평 구조에 전통과 현재를 교차시키고 묵직한 먹의 중력에 최소한의 필요조건만 남긴 조선반닫이를 제작했다. 미묘한 곡선과 장식의 절제는 국제적 안목과 교통하는 데 아무런 손색이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식가구》에서는 절곡과 카빙 기법으로 제작한 조선반닫이의 절제미를 전한다.
<각각의 감각>_ 송기두/사물의 구조가 미학이 되다
건축을 전공한 송기두는 건축이 품은 구조의 면과 곡선을 자연의 형태와 융합한 가구를 디자인해왔다. 기능적이면서 동시에 미적 오브제로서도 손색이 없는 그의 가구는 새로운 감각과 감성을 이끌어내 가구 너머의 가구를 추구하고 있다. 《신식가구》에는 4면이 각각 다른 형태를 통해 자연과 인공의 즉흥적 교집합을 표현했다. 그는 비일상의 감각을 명징하게 전하고자 몇몇 군데에 의도적 미완성의 자리를 남겨두었다.
<둠>_ 정명택/역사의 흔적을 조형한 오브제
정명택은 무위(無爲)의 순수미, 무심(無心)의 담백미, 무형(無形)의 공간미에 사물의 자리를 ‘데’와 ‘둠’으로 정의하는 아트퍼니처 작가다. 그는 한국 고건축에 초석으로 사용한 자연석 덤벙주초로 은폐된 재료의 물성에 담연한 자태, 생략과 무관심, 대범함 등의 미적 요소를 담아왔다. 《신식가구》에는 경주 황룡사 터에 놓인 초석(礎石)을 금속으로 재현해 인간의 의지와 사물의 역사성 즉, 비물질과 물질의 관계를 흔적 조형으로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