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NEW

ARTIST
곽희지, 김현승, 박혜리, 양이원,
유석근, 이예원, 임수진, 최지아
TITLE
뉴 NEW
DATE
2025.04.17 (목) - 05.03 (토)
* 5/3(토): 오후 4시 까지
OPENING RECEPTION

CREDIT
기획: 김진주
기획 보조: 이다희
그래픽 디자인: 슈퍼샐러드스터프
설치: 흰상자

주최/주관: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발전재단,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후원: 신영증권
뉴 NEW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감각은 여전히 창작의 유효한 지표가 될 수 있을까? 세상의 이상과 기술의 혁신이 조화를 이룬 완전하고 안전한 터전에서, 새로움이라는 발견은 발굴될 수 있을까? 《뉴 NEW》는 '신영 뉴프론티어' 공모를 통해 선발된 8인의 작가 곽희지, 김현승, 박혜리, 양이원, 유석근, 이예원, 임수진, 최지아가 세계의 틈에서 찾은 새로운 것의 가능성을 펼쳐 보인다. 
  익숙한 세계를 진동시키는 균열은 언제나 낯설고 어색한 순간에서 비롯된다. 미세한 구멍 사이로 처음 생겨난 감각은 소리 없이 피어나 스스로의 길을 찾아 나선다. 8인의 작가는 이미 자신이 발을 딛고 살던 세계를 다른 시각으로 주시하고, 미리 알고 있던 감각의 예측 불가한 전환을 일삼고, 넌지시 망상과 공상으로 시도한 인식의 틀을 제안하려 한다. 이를 새로운 세계의 창조라고 말하기에는 거창하겠지만, 이들은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소한 믿음과 함께 관습의 틈을 집요하게 관찰한다.  
  8인의 작가에게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창작의 형식을 새롭게 만든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기보다는, 각자의 방법으로 기존의 규범을 점검하며 전에 없던 것을 이끌어 내고 실험하는 태도로서 유효하다. 곽희지는 보편화된 제도와 그에 속하지 못한 외부적 상황 간의 간극을 살피고, 최지아는 관계 맺음의 방식을 고찰하며 서로 다른 것의 혼재와 공존을 모색한다. 두 작가의 작업이 회화를 바탕삼아 존재들의 유대를 시각화하고 있다면, 유석근은 영상, 설치를 기반으로 사회 구조가 고착화시킨 이미지에 주목해 미시적인 서사가 공동의 이야기로 확장될 방법을 고민한다. 또 그보다 시각 세계에 가까운 영역에서, 회화를 다루는 임수진은 시선이 형성되는 다층적인 경로를 고찰해 권력의 구조를 탐구한다.
  이예원과 박혜리는 간접적으로 혹은 직접적으로 경험한 사건에서 파생된 감각을 조각과 회화 조형의 방법론으로 불러온다. 두 작가의 경험은 작업의 바탕이 되고, 작업은 또 다른 경험을 창출하며 끝없이 이어지는 과정 속에 놓인다. 마지막으로, 양이원과 김현승은 동시대의 문화·사회적 거대 담론 안과 밖에 자리한 주변적인 것에 주목한다. 양이원은 기술 진보,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도시 야경 저변의 작은 서사들을 중첩한다. 김현승은 메이커 문화, 사변적 디자인 개념을 경유해 공산품 만들기에 도전하는 무모한 개인을 제시하며 불가능의 가능성을 실험한다.
  전시는 무언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아직 보이지 않는 것의 존재를 예감하게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우리는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것들,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롭게 발굴되는 것들을 목격할 수 있겠다. 과거의 유산에 품었던 신뢰가 옅어지고 미래의 전망에 거는 희망이 흐릿해지는 총체적인 기대감소, 반복되는 불안이 편재한 시대에, 창작 행위, 심지어 처음 시도하는 창작 행위는 우리에게 예기치 못한 기대와 작관의 신비를 가져다준다. 세계를 자유롭게 변주하고 조작하는 이들의 담대한 움직임은, 성공이나 혁신과 같은 제도적·규범적 요구를 밀어내고, 그러한 "탈주"(프랑코 '비포' 베라르디의 용어를 따라)에서 시작된 마음껏 미끄러지기로서 동시대의 다음을 예견한다.
곽희지
곽희지는 얇은 조각을 만들고 캐스팅하여 회화의 재료로 사용한다. 원형이 변화하고, 퇴화하며, 다시 배열되고 봉합되는 화면을 통해 사라진 대상과 환영을 매개하는 이미지의 제작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임상 연구가 불가한 실험에 성공한 쥐를 보며 희망과 한시에 죽음을 연상하거나, 연인과 국가비상사태와 함께 살 수 있는 집에 대해 동시에 가상하는 일상적 불안과 낙관, 애도와 애착심 등 부재하며 존재하는 간극들의 편린을 수집하고 만들고 연결한다. 《Studios 작업의 준비》(누크갤러리, 2025), 《gala》(수치, 2023), 《에버레버 아트 프로젝트》(성북예술창작터, 2023) 등의 전시에 참여했고, 2025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예술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곽희지의 작업은 사적인 서사에 기반한다. 보편을 위해 정립된 제도에 대한 집착적인 관심과 의심을 출발점 삼아, 자신이 마주한 개인적인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와 연동되어 파생하는 질문을 작업의 근거로 가져온다. ‘재난대응매뉴얼’ 연작(2024)은 예고 없이 찾아온 재난 상황에서 가까운 이와의 소통을 유지할 방안에 관한 상상을 담은 작업이다. 화면에는 전통적으로 소통의 매개가 되어 온 비둘기 두 마리와 머리에 달린 칩, 둘의 연결을 시각화하는 줄, 무전기, 곰돌이 등이 등장한다. 연작으로 구성된 이 작업에는 동일한 유토 조각을 미디엄(medium)으로 복제한 조각이 부조처럼 부착되어 있는데, 이와 함께 벽지무늬를 닮은 배경들은 만날 수 없음이 전제되지 않는 함께 사는 집, 방 등의 공간을 상정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2025)는 기존의 임신 제도에 관한 궁금증에서 시작해 동성생식 연구가 쥐를 이용한 실험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기사를 읽으며 전개한 작업이다. 만남과 결실이라는 희망,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희망 고문이 그의 회화에 동시에 부유한다. 그럼에도 마치 1990년대 어린이의 방을 장식한 벽지, 야광별 스티커, 패턴, 색채 등이 주는 인상처럼, 일상적이고 동화적인 분위기를 전유하는 회화들은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실낱같은 희망을 낙관하게 한다. 
김현승
김현승은 사물이 가진 일종의 연극성에 주목하여 미래 혹은 불가능한 세계를 지칭하는 사물을 만들어 시연한다. 소품, 도구와 사물의 지위에 관심을 두고 무엇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 탐구한다. 2024년 〈DIY GRAND PRIX〉를 열었고, 2022년 ‘TALKING BOX-mia’s arcade’를 프로듀싱했다. 2025년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예술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DIY grand prix-race〉(2024)는 2024년 김현승이 주최한 자동차 경주 대회의 실황을 다루는 영상 작업이다. ‘메이커 문화’(maker culture)는 기존 기술의 대척점에서 DIY를 필두로 자발적인 만들기를 실천하고 공유하는 문화로, 미래의 시간성을 염두에 두고 중심이 아닌 사변의 테두리에서 디자인을 고찰하는 ‘사변적 디자인’(speculative design)과 개념을 공유한다. 이에 대한 관심에 기반하여, 김현승은 2024년 동료와 함께 세상에 없는 자동차 두 대를 만들었다. 아이디어, 디자인, 설계, 제작, 구동 등 자동차 만들기에 수반되는 모든 과정을 스스로 창조하고 실천한 이 작업은 자동차 경주를 주최하는 실험으로 나아가기에 이른다. 〈Super Rapid Car〉(2024)는 자동차를 제작한 당시의 과정을 기록해 이를 빠르게 배속한 영상과 관객이 영상을 직접 배속할 수 있는 장치를 포함한다. 〈포드V페라리, 미야모토 무사시 이야기-매머드머메이드〉(2024)는 경주의 시작에 앞서 진행된 1인 극단 ‘매머드머메이드’의 짧은 공연 기록이다. 대량생산으로 제작된 자동차는 기능 면에서 효율을 담당하고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지만, 그가 이러한 기존 체제를 딛고 새롭게 세운 가설적인 창조는 단단한 세상 속 유동적이고 사변적인 사유의 유의미함을 길어낸다.
박혜리
박혜리는 파도, 모래바람, 불 속의 움직임 등 사건의 진행이 보이는 풍경을 만든다. 구름처럼 고착된 형태 없이 공중에 떠다니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을 기록하고 수집해 표면으로 옮긴다. 시각적으로 압도된 감각을 다시 불러내고, 정보를 잘게 쪼개고 붙여서 조합하며 모든 것을 기억하려 노력한다. 종이, 캔버스, 나무판, 돌, 철판 등 이미지의 그라운드(ground)를 계속해서 이동시키며 조합한 기억을 다시 기록한다. 2022년 ‘KB DREAM WE CAN’(국민은행, 사피엔스4.0 인재양성 프로그램) 장학생, 2017년 현대차 정몽구 재단 문화예술 장학생으로 선발되었고, 202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예술사 과정을 졸업했다.

박혜리의 회화는 경험의 총체를 담아내기 위한 시도로서 작동한다. 그는 주로 자신이 직접 경험한 풍광을 그리거나 이를 다시 하나의 풍경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그라운드의 회화로 옮긴다. 〈낭트의 한 공원에서〉(2024)는 그가 과거 낭트에 방문하며 30분이라는 시간 제약을 두고 빠르게 변화하는 하늘 풍경을 담아낸 그림으로, 변화무쌍한 구름의 모양과 태양의 색이 한 화면에 담겨 있다. ‘Cloud Scooping’ 연작(2025)은 〈낭트의 한 공원에서〉를 그림의 대상으로 삼아 철판에 플라즈마 절단기로 드로잉한 뒤, 이 철판을 보고 다시 그린 그림이다. 이는 재해석의 중첩을 통해 기존 하늘의 풍경에서 더욱더 멀어져 창조된 풍경으로서 가상의 현실을 조성한다. 한편, 그보다 작은 스케일의 회화들, 이를테면 〈Oyster Clouds〉(2025) 등은 방대한 정보량으로 입력되는 기억을 모아 한 화면에 콜라주하듯 그린 것으로, 이러한 상상 속에 구름을 만지는 듯한 촉각의 영역을 참고한다. 풍경 이미지를 석판으로 프린트한 뒤 여러 조각의 종이를 모아 붙인 〈모든 것을 다 기억하려 하는 사람〉(2023)은, 그가 중첩으로 다시 해석하는 풍경 이미지를 일종의 프로토타입처럼 환기한다.
양이원
양이원은 모든 것이 어두워야 마땅한 밤에 기술과 자본의 도움을 받아 빛으로 밝혀지는 대상의 총합으로 야경을 바라본다. 빛으로 밝힐 것과 어둠에 묻을 것을 극명히 구분하는 풍경에 익숙해지도록 유도된 일상적 감각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다른-보기의 도시-산책’을 위한 영상을 제작한다. 위계 없음의 환상을 염원하며 이어간 산책에서 변환된 시청각의 감각을 경유해 희망과 행복을 찾는다. 도시에 살고 있지만 뚜렷한 방향성을 잃을 때가 있는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생소한 타자가 도시를 살아내는 감각의 방식을 이미지로 옮긴다. 2025년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예술전문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너를 찾는 길〉(2024)은 빛을 꺼내는 동시에 잠식시키는 도시의 야경과 도시 속에서 희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겹쳐내는 영상 작업이다. 영상의 화자이자 서사의 주체인 ‘나’는 영상의 전개와 함께 점점 ‘너’와 동일시된다. 화자의 이야기와 동물의 지저귐은 모종의 질문에 대답하는 화자의 존재와 오버랩되며, 모든 것이 공통된 요소로 연결된 풍경의 일부임을 환기한다. 〈첫 만남의 D〉(2024)는 3부의 영상—자신의 색과 자신의 위치 좌표가 무작위로 배정됨을 은유하는 프로그래밍 화면, 자신이 살면서 본 대상을 기호로 변환한 클립들, 기호가 된 화면이 겹치며 대지와 별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화면으로 구성된다. “It’s me,” “Oh, that’s me” 등 ‘나야’를 반복해서 (활자로) 보여주는 영상은 어쩌면 모두가 프로그래밍이 된 결과에 의해 수동적으로 살아감을 빗대며, 그 속에서 주체의 존재를 환기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조그마한 픽셀이 모여 거대한 이미지를 만들듯, 그의 작업은 건조하고 무력한 삶 속에서 세상을 다르게 인식할 새로운 방도를 찾아간다.
유석근
유석근은 주로 비디오, 퍼포먼스 등 본질적으로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반복하는 시간성 기반의 매체를 다룬다. 사회 구조에서 개인, 집단, 이념의 이미지가 고착화된 경로를 탐구하고, 사적인 기록에서 감지되는 요소와 파편적으로 발생하는 미시적인 이야기가 외부와 연결되며 공동의 서사로 확장되는 방법을 생각한다. 통제와 규범, 구분과 의미화에 기반한 사회 구조에서 동시대 인간상이 대면하는 이상과 현실의 오차,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시간의 본질, 자기불가능성의 지속에서 기존의 가치와 의미의 좌절, 객체지향 존재론의 틈, 이중성의 사유에 관심을 둔다. 《The Art of Anchoring: From Trace to Transformation》(Winstedt Campus, Singapore, 2025), 《Toes in a cave》(SAPY, 2024), 《143km》(아워위크, 2023) 등의 전시에 참여했고, 2025년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예술전문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사과를 먹다가〉(2025)는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한 인물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영상의 주인공은 공동체에 소속되지 않은 잉여적 인물로, 노동이나 다툼 뒤 거리에서 겨우 사과 하나를 베어 먹는다. 사과를 먹으며, 그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사람의 흩어진 마음이 맴돌다가 사람의 마음을 모이게 하는 것에 관한 상념이 떠오른다. 영상 초반에는 그가 생각한 단어가 나열되기만 하다가, 점점 특정한 리듬이나 나레이션과 겹치면서 몽타주와 같은 구조를 얻어간다. 이러한 구성은 픽션과 에세이를 오가는 텍스트, 극영화 형식, 다큐멘터리 촬영법을 빌린 시네마틱 비디오가 미술의 맥락과 공간에 연계되며 획득하는 새로운 가능성에 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플로리안 콜롯〉(2025)과 〈A proper nap〉(2025)은 다른 작업이 하나의 공간에서 맞닿으며 완성되는 지점을 실험한다. 작업은 작가가 과거 다른 국적의 친구와 처음 대화할 때 깨달은 오차—언어의 다름으로 인해 발생한 의도와 번역의 차이, 그것에서 파생된 예상치 못한 시적인 순간의 경험에서 기인한다. 이 경험을 수필로 적은 글과 초현실주의의 데페이즈망 문법을 참조한 설치는 단어와 사물의 배치를 통해 근원 없는 상실감, 멜랑콜리 등 동시대 집단의 공통된 정서를 솟아내며 상호적인 연결을 명시해 나간다. 
이예원
이예원은 무작위로 자른 철판을 서로 용접하여 크고 무거운 덩어리를 만든다. 완성, 마감되지 않는 덩어리의 임의적인 상태를 토대로 현재의 시간성을 고찰한다. 닿기 무섭게 흩어지는 감각의 끄트머리를 붙잡고 그 흘러간 것에 대해서, 계속해서 미끄러지는 실재성에 대해서 생각한다. 실재와 모호한 감각 그사이, 벌어진 틈에 덩어리들을 가득 욱여넣는다. 결국 어떤 의미로 귀결되지도, 어떤 형태로 마감되지도 못하는 덩어리가 그 자체로 혼탁한 상태의 구체성을 드러내는 몸으로서 혼탁함에 대응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어쩌면 이러한 미완성 상태를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지극히 현실적인 풍경이 아닐까 물으며 작업은 계속된다. 2025년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예술전문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이예원의 조각은 외부 사건에 관한 감각적인 경험에 기반한다. 일례로 한 여성이 불에 탄 일처럼 외부에서 일어나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고 사회적인 문제로 확장된 ‘사건’을 바라보는 자신의 상태를 관찰하는 것이 작업의 출발이다. 그가 제작하는 철 조각은 철판을 불로 지져 조각내고, 이를 무작위로 배치한 뒤 용접을 통해 연결하며, 하나의 형상으로 직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얼핏 사람의 형상[〈이글루 유닛 1〉(2024), 〈이글루 유닛 2〉(2024)]이나 소품의 모양[〈자장가〉(2023) 등]처럼 보일 수 있지만, 특별히 의도된 인물이나 물건의 레퍼런스 없이 거의 자연 발생하듯 철판이 쌓아 올려진 양태로 마무리된다. 사실 그의 작업에서 ‘마무리’, ‘마감’, ‘완성’ 등 완전한 결말을 암시하는 단어는 무용해 보인다. 그가 작업의 시작을 어떤 사건에서 야기된 자기의 감각에 딛고 있듯이, 달리 말해 감각이란 것이 칼로 자르듯 단일한 상태로 정리되지 않고 점점 불어나거나 변형되는 것처럼, 그의 조각은 미완결 그 자체로 새로운 완결이다.
임수진
임수진은 몰입하는 순간에 잃게 되는 많은 영역을 상상하며,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미세하게 몸을 구성하고 있는 그곳으로 시선을 이동시키는 방식을 탐구한다.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 더해지는 것과 빠져나가는 것을 연결하면서 이미 우리 안에 내재해 있는 풍경 위에 시선의 진동을 만들어 낸다. 최근에는 감상을 방해하는 장치를 활용해 여러 이미지를 몽타주하거나 배열하는 방식으로 화면을 구성한다. 2025년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예술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임수진의 회화는 구체적인 지시, 구조적인 이미지, 견고한 구성을 탐색하는 표면으로 작동한다. 최근에는 ‘스포트라이트’를 그림의 대상에 비추듯 그리는 방식을 고안하여 이미지로 매개되는 시선의 권력에 관한 고찰을 이어가고 있다. 연작인 〈Moc〉, 〈솔라리스〉, 〈피〉, 〈이반의 어린 시절〉, 〈하늘〉, 〈동상〉(2024)은 특정 영화에서 발췌한 장면을 그린 것으로, 동그란 빛이 영화 속에서 주목받는 대상(이를테면 동상, 주인공 등)과 주목받지 못하는 대상(예를 들어 하늘, 나무, 조연 등)을 오가며 비춘다. 주사위의 면 개수처럼 6개로 나누어진 연작은 주사위가 던져질 때마다 매번 다른 결과를 내듯, 강한 대비의 역설을 통해 이미지에 존재하는 불균형을 균일한 표면으로 활성화한다. 〈리본 풍경 2〉(2024)는 스포트라이트의 틀을 ‘프레임’으로 해석하여 확장한 작업으로, 과거 유럽 회화에서 유행한 ‘리본 배너’ 구성에서 유래했다. 그의 회화는 리본이 거리두기의 장치처럼 활용된 방식, 달리 말해 무언가를 보는 다양한 행위—능동적 보기, 수동적 보여짐, 일방적 보여주기 등—를 매개하는 프레임의 역할을 참고하며, 시선에 내재한 구조적 함의를 탐구한다.
최지아
최지아는 나와 타자, 현실과 판타지 등 서로 닮았지만, 완전히 포개어지지 않는 두 존재가 혼재하는 장면을 상상한다. 최근에는 캔버스 위에 동일한 외양의 두 인물이나 한 쌍의 사물을 나란히 병치하면서, 두 대상 간의 긴장을 통한 암시적인 풍경을 포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정지된 회화 화면 안에 서사의 단서를 의도적으로 배치하고, 대상이 지닌 관념과 상징을 경유하며 익숙한 듯 낯선 이미지를 그린다. 회화의 환영성이 동시대 시각 환경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질문하면서, 현실과 현실의 대안으로 발생하는 판타지의 관계에 대한 탐구를 지속하고자 한다. 《Studios 작업의 준비》(누크갤러리, 2025) 등의 전시에 참여했고, 2025년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예술전문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최지아의 회화는 상상의 서사를 기반으로 이어진다. 최근 관심을 둔 주제는 ‘둘’로, 두 인물, 두 그림, 두 사물 등 쌍의 관계를 이루는 대상을 한 화면 혹은 다른 화면에 그려 나가고 있다. 〈Mantises〉(2024)는 비인간적 행위 속에서 형성되는 유대를 인간의 장면으로 치환하는 상상에서 출발하여, 두 인물의 연결된 척추를 노출함으로써 포식과 공존이라는 모순적 관계를 은유한 그림이다. 〈Untouchable Cheers〉(2024), 〈사마귀 연구〉(2024), 〈Canvases〉(2024) 등은 둘에 관한 탐구를 사물, 동물, 행위로 확장한다. 여기에는 같은 사물을 다른 행위의 장면에 넣고, 언제나 둘로써 생식하는 사마귀의 모습을 그리고, 하나의 컵을 다른 필치와 크기로 묘사하고, 보관된 캔버스가 반전된 모양 등이 포착되어 있다. 이러한 대상의 반복은 그리기의 반복으로 연장되며, 서사적 전개의 가능태로서 회화의 환영적 기능을 상기시킨다. ‘둘’에 관한 탐구는, 궁극적으로 모든 관계가 둘 이상의 맺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그의 고찰에서 연유한다. 관계 맺기의 최소 단위로서 둘이라는 숫자는 그의 회화 안에서 인물, 그림, 사물을 경유하는 수많은 서사로 쪼개어지며, 결국 그 둘 각각의 최소 단위인 자아를 새로운 시각으로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