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NEW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감각은 여전히 창작의 유효한 지표가 될 수 있을까? 세상의 이상과 기술의 혁신이 조화를 이룬 완전하고 안전한 터전에서, 새로움이라는 발견은 발굴될 수 있을까? 《뉴 NEW》는 '신영 뉴프론티어' 공모를 통해 선발된 8인의 작가 곽희지, 김현승, 박혜리, 양이원, 유석근, 이예원, 임수진, 최지아가 세계의 틈에서 찾은 새로운 것의 가능성을 펼쳐 보인다.
익숙한 세계를 진동시키는 균열은 언제나 낯설고 어색한 순간에서 비롯된다. 미세한 구멍 사이로 처음 생겨난 감각은 소리 없이 피어나 스스로의 길을 찾아 나선다. 8인의 작가는 이미 자신이 발을 딛고 살던 세계를 다른 시각으로 주시하고, 미리 알고 있던 감각의 예측 불가한 전환을 일삼고, 넌지시 망상과 공상으로 시도한 인식의 틀을 제안하려 한다. 이를 새로운 세계의 창조라고 말하기에는 거창하겠지만, 이들은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소한 믿음과 함께 관습의 틈을 집요하게 관찰한다.
8인의 작가에게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창작의 형식을 새롭게 만든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기보다는, 각자의 방법으로 기존의 규범을 점검하며 전에 없던 것을 이끌어 내고 실험하는 태도로서 유효하다. 곽희지는 보편화된 제도와 그에 속하지 못한 외부적 상황 간의 간극을 살피고, 최지아는 관계 맺음의 방식을 고찰하며 서로 다른 것의 혼재와 공존을 모색한다. 두 작가의 작업이 회화를 바탕삼아 존재들의 유대를 시각화하고 있다면, 유석근은 영상, 설치를 기반으로 사회 구조가 고착화시킨 이미지에 주목해 미시적인 서사가 공동의 이야기로 확장될 방법을 고민한다. 또 그보다 시각 세계에 가까운 영역에서, 회화를 다루는 임수진은 시선이 형성되는 다층적인 경로를 고찰해 권력의 구조를 탐구한다.
이예원과 박혜리는 간접적으로 혹은 직접적으로 경험한 사건에서 파생된 감각을 조각과 회화 조형의 방법론으로 불러온다. 두 작가의 경험은 작업의 바탕이 되고, 작업은 또 다른 경험을 창출하며 끝없이 이어지는 과정 속에 놓인다. 마지막으로, 양이원과 김현승은 동시대의 문화·사회적 거대 담론 안과 밖에 자리한 주변적인 것에 주목한다. 양이원은 기술 진보,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도시 야경 저변의 작은 서사들을 중첩한다. 김현승은 메이커 문화, 사변적 디자인 개념을 경유해 공산품 만들기에 도전하는 무모한 개인을 제시하며 불가능의 가능성을 실험한다.
전시는 무언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아직 보이지 않는 것의 존재를 예감하게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우리는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것들,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롭게 발굴되는 것들을 목격할 수 있겠다. 과거의 유산에 품었던 신뢰가 옅어지고 미래의 전망에 거는 희망이 흐릿해지는 총체적인 기대감소, 반복되는 불안이 편재한 시대에, 창작 행위, 심지어 처음 시도하는 창작 행위는 우리에게 예기치 못한 기대와 작관의 신비를 가져다준다. 세계를 자유롭게 변주하고 조작하는 이들의 담대한 움직임은, 성공이나 혁신과 같은 제도적·규범적 요구를 밀어내고, 그러한 "탈주"(프랑코 '비포' 베라르디의 용어를 따라)에서 시작된 마음껏 미끄러지기로서 동시대의 다음을 예견한다.